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이 책의 핵심이 남편을 버리라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저 현실에서 해소되지 않는 남편과의 관계를 부여잡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해방시켜주고자 하는, 일종의 여서 홀로서기에 대한 책일 것이라 짐작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느정도 짐작한 대로 내용이 흐르기는 했지만, 작가가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모든 내면을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상에 빚대어 설명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도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연애 5년, 결혼 14년의 긴 만남을 이어오고도 알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혀 남편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나의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남편을 신경 쓰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의 만족을 케어하며 살아가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마음에 책장을 펼쳤기에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책의 저자 박우란 님은 무려 10년간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현재의 남편과 사랑에 빠져 믿음의 길을 박차고 나와 사랑을 선택했다. 물론 그 선택의 순간 경험하게 된 남편의 주도권 넘기기를 시작으로 결코 평탄치 않은 그녀의 삶이 시작되었으리라. 수도원에서 프로이트와 라캉에 매우 심취해서인지, 정신분석학 박사이기 때문인지 그녀가 소개하는 모든 케이스는 인간의 무의식을 기반으로 해석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부남만을 사귀게 되고, 정리되지 않는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즐기는 여인의 무의식 속에는 어릴 적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빼앗고 싶어 했던 남근(아버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해석이다. 지극히 프로이트적인 해석이기에 그럴 수 있다 일면 동의는 하나, 아쉬운 점은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결여되어있는 점이다.
남편이 언젠가 바람을 필것이라는 불안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인의 무의식은 마치 아줌마들이 드라마를 보며 짜릿한 감정을 느끼듯 그 상황 자체를 스릴 있게 즐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짧은 나의 생각으로 우리가 자라며 가정과 주변과 또 너무나 넘쳐나는 매체의 주입으로 인해 생성된 사고도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 모든 것을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성적 욕망으로 인함이라 분석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실제 상담을 받게되면 그 이면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겠지? 그렇지 않다면.... 이 글에 나온 사람들처럼 그저 그런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정하면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가? 마지막 부분에 남편을 버리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짧게나마 정리를 했지만, 방법이 너무 추상적이고 명확이 벗어날 수 있다는 건지도 나와있지 않다.
여러가지 자극적인 케이스와 무의식의 심연을 잠시나마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으나, 남편과의 관계에서 절박함에 놓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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